파랑새의 웰빙 이야기

[도종환의 시]도종환 시인의 <멀리가는 물>

좋은 글과 시 그리고 바람



[도종환의 시]도종환 시인의 <멀리가는 물>

오늘은 도종환 시인의 '멀리가는 물'이라는 시를 한편 소개해 드립니다.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은 받은 분들이 주변에 있습니다. 속히 수해로 인해 상처들이 치유되고 회복되었으면 합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 세상이라는 세류에 흐르는 물과 같은 존재입니다.

   세상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곳도 있고, 탁류가 흐르는 곳도 있습니다.

결국 이 두 물은 함께 뒤섞여 흐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세상입니다. 그러나 함께 흐르다보면 한 귀퉁이에 고인물은 썩게 되고 악취를 풍기기도 합니다. 

물이 흐름을 멈추 곳에는 더렵혀지고 오염되지만 계속해서 흐르는 물은 자연 속에서 스스로 정화되어 깨끗한 맑은 물이 됩니다.

이처럼 물은 때론 거친 탁류가 되어 죽음의 물이 되기도 하고 때론 맑은 물이 되어 세상에 생명의 주는 물이 되어 오늘도 세상을 유유히 흘러 가고 있습니다.


                                        <청송 주왕산 제 3폭포>

   물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  멀리 가는 물 ●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가벼운 걸음으로 살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가는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도종환의 시]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

좋은 글과 시 그리고 바람

 

 

도종환 시인의 망부가 '접시꽃 당신'


이 시는 결혼 2년 만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에게 바치는 절절한 ‘망부가’입니다.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부부로 맺어진 두 남녀 중 한 사람을 먼저 보낸 남편의 아픈 마음을 절절이 노래합니다.

아내를 사랑한 남편이 병으로 고통하고 신음하는 아내 모습을 시로 표현했습니다. 도종환 시인은 이 시 구석구석에 아내를 향한 남편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부부가 늘 이 시를 보면서 함께 산 날들을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접시꽃 당신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 촛대와 잡풀 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 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약한 얼굴 한 번 짖지 않으며 살려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어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어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 것 없는 눈 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을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 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도종환님의 집필실 '구구산방'

 

 

 

도종환의 시 '그대여 절망이라고 말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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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절망이라고 말하지 말자- 도종환


그대여 절망이라 말하지 말자

 


그대여 절망이라 말하지 말자.

그대 마음의 눈 녹지 않는 그늘 한쪽을

나도 함께 아파하며 바라보고 있지만

그대여 우리가 아직도 아픔 속에만 있을 수는 없다.


슬픔만을 말하지 말자.

돌아서면 혼자 우는 그대 눈물을 우리도 알지만

머나먼 길 홀로 가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지 않은가

눈물로 가는 길 피 흘리며 가야 하는 길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밤도 가고 있는지


그대도 알고 있지 않은가

벗이여 어서 고개를 들자

머리를 흔들고 우리 서로 언 손을 잡고

다시 일어서 가자


그대여 아직도 절망이라고만 말하지 말자.




 -   제가 존경하는 도종환 님의 시를 한편 또 올려 봅니다. 모두들 어려움이 많겠지만 절망을 이겨내시기를 응원합니다. 다시 일어서서 용기백배 하여 절망을 승리로 바꾸어 봅시다. 아자 아자 화이팅! -






도종환 님의 '흔들리며 피는 꽃'

좋은 글과 시 그리고 바람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