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의 웰빙 이야기

스트레스 팍팍 받는 CEO가 아랫사람보다 오래 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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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살까지 살까?  하워드 S 프리드먼, 레슬리 R 마틴/ 샘앤파커스



1910년 전후 태어난 1500명의 인생추적, 수명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보고서, 인간 장수비결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뒤집으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은 무엇을 먹고 안 먹고의 문제가 아니라 성격이나 인생관, 인간관계, 환경 등이 모두 어우러진 거대한 생활패턴의 산물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다만 이 책이 기존의 잘못된 의학적 통념들을 비판하면서도 무병장수의 비결을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다.





 1921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 퍼트리샤와 존이라는 총명한 두 명의 아이가 루이스 터먼 박사에게 불려 나갔다. '지적 리더십'이 어떻게 발현하는지에 관심을 두었던 터먼 박사는 1910년 전후에 태어난 아이들 1500명을 선발해 가정환경과 성격, 성적, 교우관계 등을 꼼꼼히 조사했다. 80년이 지난 2001년 91세가 된 퍼트리샤와 존은 둘 다 건강하게 살아 있었다.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터먼 박사의 후배 연구자들은 그 답을 찾기 위해 수 십년간 실험  참가자들을 따라다니며 이들의 직업, 결혼 여부, 자녀 수, 사회적 성공과 직업적 성취도, 은퇴 후 삶에 대한 만족도, 취미, 습관, 종교, 인간관계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연구자들은 건강에 대한 현대 의학 상식들이 대부분 엉터리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심리학 교수 하워드 S 프리드먼과 레슬리 R 마틴 교수는 2001년까지 20년 동안 다른 20여명의 연구자들이 수행한 방대한 연구 자료에 사망정보를 추가했다. 그리고 심리학적 관점에서 건강과 수명이라는 인류최대 관심사를 재해석 했다. 심리학계의 기념비적인 연구로 평가받는 이 '터먼 프로젝트'는 이후 10년간의 분석작업을 거쳐 '나는 몇 살까지 살까?'라는 제목의 책으로 일반에 소개됐다. 미국과 거의 동시에 출간된 이 책을 놓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명 매체들은 호평을 쏟아냈다. 한 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1500명의 인생을 낱낱이 조사해 얻은 결과란 무엇일까?

 저자들은 실험 참가자들 중 장수한 사람들의 건강비결이 브로콜리나 건강검진, 비타민, 조깅 따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장수한 사람들에게선 거의 아무런 공통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성격이나 직업, 사회생활이 건강하게 장수한 비결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는 사실만 입증했다. 그중에는 일반인들의 상식이나 사회 통념과 동떨어진 것들이 많았다. '느긋하게 쉬어라'거나 '채소를 많이 먹어라' '살을 빼라' '결혼을 해라'와 같은 조언들이 극소수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그리 효과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무수한 의학적 조언들도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들은 유행을 타는 다이어트나 건강보조식품, 최신 치료요법 등에 엄청난 돈이 사용되고 있지만 실망스럽게도 모두 무병장수에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이 책은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CEO가 아랫사람보다 더 오래 산다는 점, 자기계발서에서 설파하는 '긍정적인 생각'이 건강에 크게 이롭지 않다는 점, 모유수유가 건강이나 수명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점, 100세 노인의 낙천적인 성격은 장수의 비결이 아니라 그저 장수한 결과일 뿐이라는 점 등을 실증적으로 분석해 낸다. 




 그렇다고 이 책은 사람들에게 술 담배를 끊고 운동해봐야 소용이 없다거나 오래 사는 사람은 따로 있으니 막 살아라는 식의 무책임한 팔자론을 펴는 것도 아니다. TV 건강 프로그램에서 미역이 방사선에 좋다고 소개됐다고 해서 우르르 마트로 달려가는 행동이 얼마나 멍청한 일인지 정도는 알려준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은 무엇을 먹고 안 먹고의 문제가 아니라 성격이나 인생관, 인간관계, 환경 등이 모두 어우려진 거대한 생활패턴의 산물이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다만 이 책이 기존의 잘못된 의학적 통념들을 비판하면서도 무병장수의 비결을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참고자료 <국민일보 2011. 4. 1. 금요일 26면 책과 길>